지혜여행(컬럼)

나의 워낭소리(Old Partner)

최상용 2018. 3. 26. 23:26

나의 워낭소리(Old Partner)

(지혜의 메시지-115)

 

 

* 영화 워낭소리줄거리

 

경북의 어느 시골마을에 노부부와 늙은 소 한 마리가 함께 살아간다.

평생 땅을 지키며 살아온 농부 최노인에겐 30년을 부려온 소 한 마리가 있다. 소의 수명은 보통 15, 그런데 이 소의 나이는 무려 마흔 살. 살아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 이 소는 최노인의 베스트 프렌드이며, 최고의 농기구이고, 유일한 자가용이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최노인이지만 희미한 소의 워낭 소리도 귀신같이 듣고 한 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소 먹일 풀을 베기 위해 매일 산을 오른다. 심지어 소에게 해가 갈까 논에 농약을 치지 않는 고집쟁이다.

 

소 역시 제대로 서지도 못 하면서 최노인이 고삐를 잡으면 무거운 나뭇짐도 마다 않고 나른다. 무뚝뚝한 노인과 무덤덤한 소. 둘은 모두가 인정하는 환상의 친구다.

 

하루도 빠짐없이 밭에 나가는 것은 물론이요, 병원이나 우시장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그렇게 소는 리어카를 통해 노인과 40년을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해왔고 그의 전부였다.

 

할머니는 고장 난 라디오를 두드리시는 할아버지를 향해 환하게 웃으시며 말한다.

할배도 소도, 라디오도 이제 다 고물이라고,..’ 삶을 살아간다는 것, 세월이 지나 여생을 마감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순리요 이치인데, 그 자체만으로 왜 이렇게 마음이 뭉클대는지 모르겠다. 불혹(不惑)(40) 소와 산수(傘壽)(80) 노인. 둘의 모습이 묘하게 닮아 친근감이 드는데 이제 소는 가고 워낭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묵화(墨畵)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김종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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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워낭 소리(Old Partner)

 

나에겐 최노인의 소만큼이나 아끼고 보살피는 17년 된 승용차가 있다.

운전하면서 좌우를 살펴보면 너나할 것 없이 몰고 다니는 중형차와 외제차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 초라하고 이곳저곳 세파에 부딪혀 찌그러져 보기에 흉하지만 나와 함께 고락을 함께한 내차를 사랑한다.

 

그것은 10여 년 전에 나를 키워주신 할머니와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만 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여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실 때 내차는 그 분들의 발이 되어 친척집도 다니고 벚꽃구경도 시켜드렸던 추억이 어려 있는 정겹고 고마운 차이기 때문이다.

 

또한 명절 때는 한나절 이상이 걸리는 꽉 막힌 고향 길을 우리 가족들을 안전하게 태우고 무던하게 고향에 다녀오길 50여회, 이제는 단순한 승용차이기보다 친근한 가족이며 나의 오랜 친구가 되었다.

 

사람이나 동물은 말할 것도 없이 하물며 자동차까지도 평소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손때를 묻히고 정성을 깃들여야 제 기능을 발휘하면서 함께 공존할 수 있듯이, 나이든 내차가 건재 할 수 있었던 것은 소먹이 풀에 농약을 치지 않는 할아버지의 마음으로 지금까지 많은 정성을 쏟으며 손을 봐왔기 때문이다.

 

기계를 만지는 일이 무디기만 한 나에게는 이사를 할 때마다 집 근처의 믿을 수 있는 카센터를 찾아 주치의(?)를 두고 노후한 내차를 점검 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오르지 외형적인 화려함으로 그 가치를 평가하는 요즘 사회에서 영화 워낭소리는 나에게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며, 힘들고 어려운 세상을 가족과 자식을 위해 헌신하신 부모님과 가족들의 보이지 않는 사랑을 느끼게 하였다.

 

더불어 비록 생명이 없지만 희노애락(喜怒哀樂)을 함께한 나의 차(Old Partner)에게 미더운 고마움이 솟아난다.

 

언젠가는 모르지만 내가 생명이 다하는 날, 함께한 모든 사람과 손때 묻은 물건들에게 나는 어떤 묵화(墨畵)를 던질 수 있을까?

 

- 최 상 용. 세상의 지혜를 전하는 새미래 뉴스대표. 지혜교육 & 심리치유사 -

http://www.semirenews.com

http://www.eglos.com/7043731

 

* 문화일보(05.11.2. 여론 마당 기사)

http://www.munhwa.com/opinion/200511/02/2005110201013814123002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