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은 3명의 친구 (희망 꽃 피우기 – 12)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대부분은 스쳐가는 바람같이 끝난다. 우리는 학창시절에는 동창. 군대 가면 동기. 직장에서는 동료란 이름으로 인연을 맺으며 살아왔다. 그 중 초등학교 친구가 더 마음에 와 닿고 흉허물 없이 지내는 가까운 친구들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는 막역한 초등친구 2명이 있다. 한명은 공직에 근무한 후 퇴직했고, 다른 한명은 사업을 했던 친구다. 어린 시절 같은 동네 같은 반에서 동거 동락하면서 쌓아온 정감으로 만나면 우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가곤 한다.
친구는 많아도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는 친구는 드물다. 우리 셋은 별도 단톡방을 만들어 마음속 얘기부터 하루 활동 사항. 그리고 상대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유머까지 각자 스타일에 맞게 글과 영상, 이모티콘을 활용해 느낌을 주거니 받거니 한다.
올린 내용을 보고 고향 어투로 재치 있게 답변을 올린다. 그 내용도 구성지고 재미있다. 때론 칭찬과 핀잔도 있고. 답변이 늦으면 걱정스런 마음으로 군대 가기 전 행사인 '감 독에 간겨?ᆢ' 핀잔도 구수하다. 나이 들수록 내 속에 쌓인 얘기를 어디다 할 데가 없는 요즘 세상. 그런 저런 색깔 없는 얘기들이지만 누군가에게 하고 싶고 내 맘을 알아주기를 은근히 바라는 게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두 친구는 나의 마음을 알아주는 상담사의 역할을 하니 형제 같다.
오늘은 두 친구가 올 초에 선물로 사준 청바지와 어울리는 등산 모자를 쓰고 만나는 날이다. 난 살아오면서 군복 바지는 많이 입었지만 청바지는 입어본 경험이 없기에 내심 쑥쓰러운 느낌도 있지만 약속한 일이라 한번 입어 봐야겠다.
예측 건데, 두 친구는 나의 청바지 입은 어설픈 모습을 보고 아마도 과찬의 멋진 말들을 쏟아 내리라. 나이 들며 이런 말들을 듣는다는 건 젊게 사는 것이며 즐거움의 아닐까 싶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 우리들 관계가 이리 가깝게 된 게 무슨 연유인지 생각해 봤다.
먼저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각자의 공통된 이미지가 현재까지 일관 되게 인식되어 있고, 서로를 인정하며 경계선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개인 의견 보다는 상대의 의견을 존중하고. 의사 결정 시 사전에 조율을 잘 해 왔다는 것.
세 번째는 각자의 관심 사항과 경험을 활용하여 상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예로부터 친구를 일컬어 '죽마고우. 막역지우'라고 했다. AI시대로 갈수록 인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기회는 줄어가고 있는 요즘. 그 어떤 것으로도 바꿀 수 없는 마음이 통하는 친구! 그런 친구들과 함께 가슴 따뜻한 인생 3막을 살아가는 길이 행복한 인생이 아닐까.
- 최 상 용, ‘희망 꽃 피우기’ 정원사, 새미래 뉴스 대표 -
http://www.semirenews.com/?act=m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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