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여행(컬럼)

친구 어머니 문상 가는 날

최상용 2005. 6. 9. 23:41
친구 어머니 문상 가는 날
친구 어머니 문상 가는 날


고등학교 동창생인 친구한테서 전화가 왔다. 오랜만에 듣는 정다운 목소리에 밀린 안부를 묻노라니 왠지 예전 같지 않은 가라않은 목소리다. “친구야, 어머니가 오늘 새벽 돌아
가셨다” “뭐? 왜 갑자기 돌아 가셔… 그래 장례식은...”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젖어
하늘을 쳐다본다.
 
33년 전 철부지였던 까까머리 학창시절 웅포에 있는 친구 집에 간적이 있었다. 농사철이라 눈코 뜰세 없이 바쁜 와중에서도 자식같이 환대해 주시며 커다란 가마솥에다 손수
빗은 칼국수를 애호박 썰어 넣어 정성으로 대접해 주셨던 어머니!

결혼한 이후 바쁘다는 이유로 한번 찾아뵙고 인사조차 올리지 못한 내가 못내 아쉽고
송구스럽기만 하다. 급하게 친구들한테 연락하고 내 고향 익산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왜 그런지 오늘은 33년 전 과거로 돌아가서 순수하고 꿈이 많았던 그 시절에 머물고 싶다. 세월의 수레바퀴에 얹혀 고군분투하는 인간의 삶은 유한한데 들녘에 펼쳐지는 자연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어머니도 언제 이렇게 되실 줄 모르는데…….’
갈수록 기력이 떨어지시고 얼굴엔 주름살이 늘어나면서 휘어진 허리가 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장남이라 하여 큰 기대를 하신 어머니께 자식 된 도리를 다하지 못해 송구스럽고
죄스러운 마음뿐이다.


익산 터미널에 하차하여 장례식장으로 가는 함열행 시외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골 아낙들의 고향 사투리가 정겹게 느껴지고, 시장을 보신 듯 이것저것 보따리에 담아 버스를 기다리는 주름살이 가득한 칠순 할머니의 여유로운 얼굴도 눈에 띤다.
 
40여분 간 시골길을 달려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현관 입구로부터 길게 늘어선 조화를
지나 어머님의 영정 앞에 서서 분향과 묵념으로 가시는 분의 넋을 기린다. 오랜만에 뵙는 친구의 형제분들과 위로의 인사를 나누고 주안상 앞에 앉아 그간의 근황을 물어보며
살아가는 이야기도 들었다. 발인을 보지 못하고 가야하는 송구함을 전하고 발길을
돌려 다시 익산행 버스를 탔다.


훗날 어머니가 돌아가시면 어떻게 장례를 치를까? 하고 생각해본다. 부고를 전할 때 미리 공지하여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일회성 조화보다는 차라리 장독대에 담아둔 고향 쌀
한줌으로 조의금을 대신하고 모은 쌀을 홀로 사시는 노인이나 장애우 가족에게 전달하여 평소에 이웃과 정을 나누고 사신 어머니의 뜻을 전하면 어떨까? 그리고 문상 오시는 분들에게 생전의 어머니를 생각할 수 있도록 손때 묻은 살림도구나 좋아 하셨던 음식,
자식들에게 보낸 편지, 즐겨 듣던 음악, 빛바랜 사진, 칠순 때 찍은 비디오 등을 간단하게 진열하여 마지막 정을 느끼실 수 있도록 한다면 더욱 뜻 깊고 의미 있는 장례식이 아닐까?
 
‘자상 하셨던 어머님! 이승에서 못 이루신 한을 훨훨 벗어 버리시고 편안하게 영생
하세요!’ 언젠가 나도 상주가 되어 장례를 치러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오늘 따라 더욱
어머니의 모습이 그리워진다.
 
 
- 최 상 용. 새미래 뉴스 대표. 지혜 탐험가 -
 
- 전국 교차로협의회 '아름다운 사회' 칼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