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여행(컬럼)

50세 친구의 첫 출근 하는 날.

최상용 2005. 5. 28. 23:17
50세 친구의 첫 출근 하는 날.
50세 친구의 첫 출근 하는 날.

1997년 IMF 시기에 군에서 전역한 친구는 대학원을 다니며 개발한 프로그램을 갖고 기업교육 강사로써 첫발을 내딛었다. 당시 경제난을 이겨 보자는 취지가 적중하여 언론에 크게 보도된바 있으나 회사가 줄줄이 부도나는 상황에서 교육 사업이라는 것이 직업으로 인연이 되진 않았다.

그가 10여 년 전부터 꿈꾸어온 것은 사회의 홀로 노인들을 위해 인터넷과 노인 전문 인력을 접목하여 실버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를 만나서 약주라도 한잔하면 전문가를 뺨치는 미래의 실버산업에 대한 유창한 지식을 설파 할 때마다 우리는 ‘야, 이젠 돈 되는 일이나 하라’고 핀잔을 주곤 했었다. 누가 보기에도 그에게는 잠자는 능력이 있고 알 수 없지만 뭔가 중요한 테마가 있을 것 같았다.

50대 초반이 되면 다 그러하듯이 자녀들이 대학에 합격하여 등록금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이다. 퇴직 이후 인터넷 구직광고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들여다보면서 힘겹고 고통스런 하루하루를 보낸 지도 어언 2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가계 빚은 점점 불어나 이자를 갚기에도 벅찬 상황이다. 그는 최근에는 자신과 가장으로서의 능력에 자괴감을 갖고 혼자서 산에 오르거나 한강변에 우두커니 앉아 현재의 자신의 무능함을 자학하면서 멀리 외국으로 떠나버리거나 아니면 이대로 조용히 사라질까 하는 극한 상황까지 생각한 게 한 두 번이 아니 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인생을 허망하게 끝낼 수 없다고 생각한 그는 과거의 신분과 경력, 화려한 추억을 다 지워버리고 나이 드신 분들이 한다는 경비원이라도 하려고 마음을 먹고 인터넷 구직광고를 열어 보며 이력서를 제출한 것이 수십 번. 천만 다행으로 지인이 소개해준 회사는 아파트 단지를 위탁 관리하는 전문회사로서 오래된 탄탄한 회사였다.

그는 이력서도 과거 화려한 경력을 다 삭제하고 경비원으로 적합한 부분만 회사의 입장에서 간략하게 기록하였다. 절차에 의해 면접을 하고 일주일이 지났을 때 의사 타진 전화가 걸려 왔었다.

“당신같이 젊은 사람이 경비원 하기에는 아까우니 본사에서 경비지원 업무를 할 수 있겠소?” 참으로 반가운 소식 이였단다. 새벽 5시 40분에 일어나서 첫 출근을 하는 기쁜 마음이 들떠서 뒤척이다 책상위에 있는 이면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가 앞으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지금의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생각을 정리한 글을 매일 읽어 보면서 어려움이 닥치면 극복하려 했다’며 나에게 메일로 보내 왔다.

이제 그는 노인들로 구성된 경비원들과 호흡을 같이 하면서 실전을 익히기 위해 아파트 단지 현장을 누비며 땀을 흘리고 있다.

어제는 친구의 직장 생활이 궁금하여 전화를 해보았다. “매일 새벽에 출근 할 수 있는 곳이 있어 행복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어르신들이 있다는 것이 즐겁고^*^ 그리고 내 꿈을 향해 반걸음이라도 갈 수 있어 보람되고...” 즐거운 목소리가 아침햇살 같이 마음에 와 닿았다.

그가 열망해 왔던 미래의 실버산업에 대한 꿈을 구체화 시키고 그가 흘리는 땀방울이 열매가 되어 삭막한 아파트 단지에 웃음과 정이 넘쳐 친구의 꿈이 현실로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

- 최 상 용. 새미래 뉴스. 행동 변화 전문가 -

전국 교차로협의회 '아름다운 사회' 기고. 05. 5. 26.
http://news.icross.co.kr/society/section.icross?id=000100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