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여행(컬럼)

13년을 이어온 친목회 new

최상용 2005. 6. 23. 22:49
13년을 이어온 친목회 new
 
13년을 이어온 친목회

1991년 2월 서울과 교통이 좋으며 전세 자금이 많이 들지 않는 부천시 원종동의 자그마한 3층짜리 다세대 주택에 이사를 왔다.

몇 개월이 흘러 이젠 만나면 서로 따뜻한 인사를 나누는 관계가 되었을 무렵 다섯 가구가 사는 통로의 막내 뻘 되는 아우가 옥상에서 삼겹살 파티를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 들어 왔다. 너나 할 것 없이 대환영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건축 일을 하다가 독학으로 지금은 CAD를 이용한 3차원 시뮬레이션 건축 디자인을 하시는 해동이 아빠. 슈퍼를 운영하며 4명의 딸을 낳아 대학까지 훌륭히 키우기 위해 지금도 공항 화물 청사에서 하역반장으로 일하시는 미숙이 아빠. 서울에서 영업용 택시만 20여년을 몰다가 5년 전 개인택시 사장을 하는 마음이 넉넉한 지훈이 아빠. 그리고 5톤 트럭을 몰고 전국을 다니는 막내는 만나면 어리광과 애교를 떨며 모임의 감초 역할을 하는 수아 아빠.

그날 옥상에서는 친목회를 결성하는 모임이 있었다. 술이 한 순배 돌고나니 막내가 ‘우리 이럴게 아니라 친목계 모임을 만들어 한달에 한번씩 모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니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 환영이었다. 이렇게 시작한 우리 통로의 친목계는 지금의 다세대 주택 명칭을 살려서 ‘용궁 친목계’라 부르기로 했다.

「우리는 모임에서 고스톱을 하지 않고, 만남이 서로에게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우리보다 힘든 이웃들과 고통을 함께 나눈다.」이런 규율을 지키려고 애쓴 결과 매달 한번씩 만난지도 어언 13년이 흘렀다. 그동안 이런 저런 우여 곡절과 눈물나고 가슴 찡한 사연도 많았다.

5년 전 여름 개인택시를 하는 지수 아빠가 김포의 애기봉 근처에서 살았을 때 안방까지 물에 잠기는 수해를 입은 적이 있었다. 이 소식을 듣고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달려가 장대같은 비를 맞으며 수해복구를 하면서 현실의 아픔을 나누며 위로를 했던 시절…….

8년 전 어느 여름날 백암 계곡으로 가족 야유회를 가서 ‘추억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밤새도록 어려웠던 과거사를 이야기하다가 우리도 이제는 밥은 굶지 않으니 이웃을 돌아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구청 복지과에서 추천을 받아 당시 어머니가 가출한 상태에서 병든 아버지를 간호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중2의 소녀 가정에게 매달 5만원의 정기 후원금을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남모르게 보내주었던 미더운 용궁 친목회 회원들.

어른은 5,000원 자녀들은 용돈을 아껴 써서 남은 돈을 모았다. 이 돈들은 그저 생각이 나서 호주머니를 뒤져 내놓는 성금이 아니라 한 달 동안 생활 하면서 반드시 써야할 금액임에도 절약해서 모은 돈 이어야한다. 모임에서는 그 돈의 출처를 한사람씩 돌아가며 설명을 하고 칭찬과 격려의 박수를 받노라면 힘겨웠던 피로가 싹 가시면서 새로운 삶의 보람을 느낀다.

사람 사는 세상은 역시 사람과 어울려야 살맛이 난다. 경제적으로 힘들다고 하지만 서로를 이해하고 아픔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정겨운 이웃이 있기에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땀 흘리며 가슴 뿌듯한 친목회를 떠올린다.

- 최 상 용. 세상의 지혜를 전하는 1인 웹진, 새미래 뉴스 대표. -
  http://www.semirenews.com/
 
- 전국 교차로협의회 '아름다운 사회' 기고. 05. 6. 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