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여행(컬럼)

강원도 천도리, 마을 목욕탕의 변신

최상용 2016. 3. 29. 22:23


강원도 천도리,  마을 목욕탕의 변신



천도리(天桃理)! 강원도 최 북쪽에 위치한 마을이다.
40~50대 중장년층이 술자리 단골메뉴인 군대생활의 추억으로 등장하는 병영추억의 고장이기도 하다.


나는 작년 후반기 병영생활전문상담관으로 근무하기 위해 말로만 듣던  이곳 청정마을 천도리에 왔다. 고개 들면 파란 하늘이요, 눈을 돌리면 겹겹이 둘러싸인 병풍 같은 산 능선, 아래를 보면 차갑게 느껴지는 계곡의 물이 흐르는 한 폭의 산수화 같은 마을이다.


과거에는 전방에서 근무 했던 장병들의 유일한 휴식처로 각광을 받던 한국의 ‘라스베가스’라고 불릴 정도로 호황을 누렸던 마을인데, 최근에는 한적한 시골마을로 변모한 고즈넉한 분위기의 정감 있는 마을이다.


처음 이곳에 이사와 호기심이 발동하여 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다가 깔끔하게 지어진 건물이 눈에 들어 왔다. 인제군에서 운영하는 ‘서화복지센터’로 목욕탕, 도서관, 컴퓨터실, 운동실, 소강당 등으로 꾸며진 건물인데 유난히 눈에 띠는 것은 도서관과 목욕탕이었다.


도서관은 장서는 그리 많지 않지만 친절하게 맞이해 주시는 담당 선생님의 환한 미소와 일요일에도 문을 열어 책을 볼 수 있다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찾는 분 대부분이 군인 가족이기에 주말에만 시간이 나는 고객 편의를 생각해서 휴일에도 문을 열지 않을까 생각이 드니 정겹게 느껴진다.


바로 앞 목욕탕 문을 열고 들어서니 60이 넘은 시골 아저씨가 반갑게 맞이한다.
자그마한 크기(15~20명 수용)의 목욕탕은 깔끔하게 정리된 비품들과 때밀이 의자, 세수 대야 등이 가지런하게 정리 되어 있어 언뜻 봐도 자기 집 욕실 같은 친근감이 묻어나는 분위기이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일어나 6시 문 여는 시간에 맞춰 목욕탕을 찾았다.
단돈 3,000원과 개인이 사용하는 목욕도구를 들고 안에 들어가니 먼저 오신 두 분이 목욕을 하고 있었다. 지급되는 것은 오직 타월 한 장. 목욕물을 대피고 준비를 하기 위해서는 새벽 2시에 나와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세상 사람들이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관리하는 분들의 보이지 않는 헌신과 노고가 있기에 가능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감사한 마음으로 탕 안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파악 하려는 나의 관심은 이 분들이 어떻게 하는지 눈여겨 지켜보았다. 시간이 지나 먼저오신 두 분이 목욕을 마치고 나가실 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자신이 사용 했던 세수 대야와 의자를 씻어서 자기 자리에 갖다 놓고, 바닥에 떨어진 거품을 씻어내기 위해 물청소를 하고 계셨다.


대부분의 목욕탕(사우나)에 가 보면 희미한 불빛에 수증기가 자욱하고, 서로 무슨 이야기들을 하는지 귀청이 따갑고, 사용하지도 않는 수도꼭지에서는 더운 물이 쏟아져 버려지고, 이곳저곳에는 쓰고 버린 면도기 타월, 세수 대야가 어질러져 있는 풍경이 아니었던가?


하도 신기하여 나오면서 입구에 계신 분(62. 심인흠 관리소장, 033-463-3031)에게 어떻게 이런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 물어 봤다. 처음에는 이곳도 다른 목욕탕과 다르지 않았다한다. 직접 탕 안에 들어가서 말없이 정리를 하는 것이 하루에도 수십 번! 차츰 마을의 목욕탕을 찾는 분들의 행동이 변하기 시작했다.


어디 그 뿐인가? 목욕탕을 찾는 대부분이 나이 드신 분들이라 출입구부터 문턱을 없애고 사용에 불편하지 않도록 시설을 개보수를 했다. 쓰고 난 타월도 어떻게 세탁을 했는지 새 타월 같고, 선풍기, 드라이기 등 모든 것이 제자리에 단정하게 정리 되어 있어 기분이 상쾌해 진다. 환경 보호를 위해 샴푸를 쓰지 않고 있다는 점도 사려 깊은 행동이 아닌가싶다. 


이러한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공무원으로 정념 퇴직하고 현재의 책임자로 근무하시는 관리소장님의 보이지 않는 노력과 헌신의 산물이었다.

그런데 최근 심소장님에게 큰 고민거리 하나가 생겼다.


나이 지긋한 여성 어르신들이 목욕탕에서 빨래를 하는 바람에 정작 물이 필요한 남성 어르신들이 온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성 목욕탕이라 들어 갈 수도 없고, 그 분들에게 기분 나쁘게 말 할 수도 없고,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찾으려 고민 중에 있다.


한 번 찾은 사람이면 다시 오고 싶은 천도리의 기분 좋은 목욕탕!
편리하고 화려한 시설과 비품은 없지만 관리자와 사용자들이 한 마음이 되어 운영되는 목욕탕을 보면서 대한민국 그 어느 목욕탕에서도 느낄 수 없는 정겹고 아늑한 잃어버린 우리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동서울터미널에서 원통까지 버스로 1시간 50분, 원통에서 북쪽으로 13㎞ 떨어져 위치한 천도리마을, 여기서 북쪽으로 고개를 넘으면 6. 25전쟁 시 치열했던 펀치 볼이 있고 을지전망대와 제4땅굴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다.


심신이 피곤한 분들은 이곳 목욕탕에서 몸과 마음을 씻고 우리들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둔 ‘공공의 두레정신’을 한 번 느껴 보신다면 추억과 느낌이 함께하는 강원도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 상 용. 새미래 뉴스 대표. 지혜교육 & 꿈 설계 컨설턴트-
 www.semirenews.com 2002년부터 회원에게 ‘지혜의 메시지’를 보낸 사이트  
http://blog.naver.com/src322 지혜 칼럼 

http://cafe.naver.com/dreamnchallenge

                                                청소년, 은퇴자들에게 꿈을 만들어 주는 방



                                            <심인흠 소장>


                                          <목욕탕 내부 1>


                                                  <탈의실>


                                                <목욕탕 내부 2>

        <바쁠  때는 서로 도와 주는 마을 어르신,   장영진 : 아름다운 팬션 운영. 010-2491-20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