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여행(컬럼)

병영에 부는 변화의 모습들 : 서측도서 병영 동숙체험을 하고

최상용 2005. 9. 28. 22:22
병영에 부는 변화의 모습들 : 서측도서 병영 동숙체험을 하고

추석명절, 국민모두가 설레는 마음으로 고향 길을 재촉 하는 길목에서 들뜬 분위기를 식히려는 듯 장대 같은 소나기가 운전하는 나의 시야를 가린다.

문득 지난 3주간 최북단 수도권 서측방도서 「병영 동숙 체험」을 하면서 해병대 병사들과의 만남의 순간이 떠오른다.
이 폭우 속에서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경계 근무에 소임을 다하고 있을 젊은 병사들...

국방부에서 민간 상담전문 인력을 전방부대에 배치하여 병영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목적으로 ‘장병 기본권 전문 상담관’이란 중책에 선발되는 행운을 안았고 1개월 동안 전문교육을 마쳤다.

지난 8월초 대한민국의 눈이요 최고의 경계근무가 요구되는 접적지역인 수도권 서측방 해병청룡부대 예하부대에 배치를 받아 장병들의 생활상을 살펴보고 상담관의 효율적인 업무 수행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병사들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일각에서 신세대 장병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는 다르게 가장 외롭고 힘들다는 최북단 서측도서(말도, 주문도, 볼음도, 서검도, 교동도, 석모도)에 근무하는 해병대 장병들은 자부심과 사기가 대단히 높았고, 부대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병영문화혁신’ 활동으로 과거의 군 모습이 아닌 신세대 문화에 걸맞게 변화하는 모습이었다.


사회생활을 해야 하는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군 생활을 통하여 개인의 인생관과 국가관을 심어주는 ‘청룡수련원 교육’이 핵심이 되어, 심약한 병사들을 보살피기 위한 보모님과 연계한 ‘통합 신상관리체계’,

지리적으로 왕래가 어려운 병사들에게 군 E-mail을 통한 ‘대대장의 마음의 편지’는 개인에게는 지휘관의 마음을 전하는 계기가 되어 따뜻한 병영문화를 조성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군이라 하여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지시가 아닌 병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병 자율 위원회’의 운영, 반복되는 병영생활에서 벗어나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힘든 이웃을 체험할 수 있는 ‘부대인근 독거노인 및 장애가족에 대한 봉사활동’,

기존의 행군 훈련 방식에서 탈피하여 분, 소대단위로 김밥과 음료수를 먹으며 부대인근 유적지 탐방을 하면서 반복되는 병영생활에서 벗어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절차탁마 행군’ 등

지금 병영에서는 선선한 가을바람같이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세상에는 돈이 많고 학력이 좋고 집안이 부유하다고 그를 최고라 하지 않습니다.

걱정하는 가족과 친지들에게 든든한 모습을 보이는 것, 휴가 중에 어머님이 정성들여 해주시는 따뜻한 밥 한 그릇을 가족과 함께 먹는 것,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작은 온정을 베푸는 것,

이웃의 어르신께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들이 바로 강한 해병입니다. 강한 사람은 절대 자신을 과장하거나 우쭐대지 않는 사람이며 평소에 자신을 낮추고 예의를 갖추면서 위급 시 지혜롭게 문제를 해결하는 용기가 있는 사람입니다.

지금 여러분이 하고 있는 일이 비록 하찮게 보일지 모르나 여러분이 이 자리에 서 있지 않다면 해병대는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어둠 속을 달리는 자동차’와 같습니다.

여러분이 남모르게 겪는 고통과 흘린 땀방울이 조국 대한민국을 수호하는 길이며, 전역 후 여러분 삶에 큰 주춧돌이 될 것입니다.”

분 소초를 돌면서 고생하는 병사들에게 사랑과 격려의 마음을 전하면서 나는 과연 병사들에게 어떤 징검다리가 되어 줄 것인가를 되뇌어 보았다.

외로운 서북쪽 고도를 지키는 병사들의 내무반에 붙어있는 글귀가 생각이 난다.
「고난을 변명하는가. 신을 부정하는가. 신은 곧 양심! 해병대가 너에게 던져주는 것은 없다. 내가 해병대답게 살아가야 할뿐! 그것이 우리의 전설을 되찾는 것. 그대, 태양이 식는 날, 그대는 해병대를 잊어도 좋소.」

- 최 상 용. 해병대 청룡부대 "장병 기본권 전문 상담관" -
지혜의 메세지를 전하는 "새미래 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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