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여행(컬럼)

믿음을 담아주는 카센터 아저씨

최상용 2005. 10. 27. 23:33


믿음을 담아주는 카센터 아저씨


나에겐 우리 가족만큼이나 아끼고 보살피는 13년 된 승용차가 있다.
운전하면서 좌우를 살펴보면 너나할 것 없이 몰고 다니는 중형차와 외제 차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지만 나는 나이가 들어 초라하고 이곳저곳 세파에 부딪혀 찌그러져있는 내차를 사랑한다.

 

그것은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여 마음대로 다니지 못하실 때 내차는 그 분들을 모시고 친척집도 다니고 벚꽃구경도 시켜드렸던 추억이 어려 있는 정겹고 고마운 차이기 때문이다.

 

사람이나 동물은 말할 것도 없이 하물며 자동차까지도 평소 세심하게 관심을 갖고 손때를 묻히고 정성을 깃들여야 내가 원하는 만큼 그 역할을 하고 안전사고도 예방할 수 있듯이, 나이든 내차가 건재 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많은 정성을 쏟으며 손을 봐왔기 때문이다.

기계를 만지는 일이 무디기만 한 나에게는 이사를 할 때마다 집 근처의 카센터를 찾아 주치의(?)를 두고 점검을 하는 습관이 있다.

 

3년 전 화곡역 근처로 이사를 한 후, 가족과 함께 고향을 다녀오려고 차량 점검을 받기 위해 근처 카센터를 찾아다녔다. 거의 대부분 카센터가 명절 전날이라 가게 문을 닫은 상태에서 우연히 한 카센터를 발견하게 되었다.

 

반가운 마음으로 ‘손님도 없는데 왜 문을 닫지 않고 있느냐?’고 물었다. ‘직원들은 고향에 내려 보냈는데…명절 때마다 단골 고객 중 3~4명이 꼭 하루전날 차량점검을 받으러 오기 때문에 문을 닫고 갈수가 없다.’라고 주인인 듯한 40대 아저씨는 말하였다.

 

그 말 속에는 자신의 업소를 찾는 손님들에 대한 배려와 믿음이 담겨있었다. ‘나도 이제 그 명단에 넣어주세요’라고 요청을 하고 그분의 정성스런 차량점검을 받았던 인연으로 이때부터 그는 나이든 내차의 주치의가 되었다.

 

한 번, 두 번 차량점검을 받으러 카센터에 다니면서 그에게서 마케팅 기법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통찰과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차량이기에 이곳저곳 손볼 것도 많고 때론 고가의 부품을 교환해야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난주에는 파워핸들의 오일이 새어나와 점검을 받으러 갔다.

 

다른 업소 같으면 오일모터와 호스를 교환하라는 말을 했겠지만 그는 말없이 이곳저곳을 뜯어본 후, ‘모터까지 갈면 돈이 좀 들어가니 일단 호수 접합부분의 고무 패킹을 교환해보겠다’고 말한 후 한 시간가량 부품을 해체하여 어디선가 구해온 중고 고무 패킹을 새로 끼어 조립하였다. 그러나 차량 시동을 걸어 점검해보니 다시 기름이 새어나오지 않는가?

 

처음부터 전체를 다 교체했더라면 편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을텐데…  미안한 마음으로 지켜보는 나에게 ‘어쩔 수 없네요… 모터도 교환해야겠어요!’ 나의 호주머니 사정을 알고나 있듯이 안타깝게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가족과 같은 정겨움과 믿음이 베어 있었다.

 

20여년을 기름때를 묻히며 자동차를 정비하는 그에게서 다른 카센터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그 무엇을 느낄 수 있다. 찾아오는 손님과 차를 대할 때 자신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기   보다 자기 가족이 타고 다니는 차로 생각한다는 점이요, 손님의 마음을 헤아려 그 입장에서 배려하고 제안한다는 것이요, 자신이 갖고 있는 고객차량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만의 기술로 차량을 진단하고 정성어린 마음을 담아 수리한다는 것이다.

 

‘상품을 팔기 전에 믿음을 팔아라!’는 말이 있듯이 상대를 믿기 어려운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카센터 아저씨의 '믿음 마케팅'은 오늘도 13년 된 차를 몰고 다니는 나에게 안전운행에 대한 또 다른 믿음으로 자리 잡고 있다.

 

- 최 상 용. 세상의 지혜를 전하는 ‘새미래 뉴스’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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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http://photoplus.new21.net/bbs/zboard.php?id=peng_gallery&no=239